개교 이래 첫 연임 박철 한국외대 총장

“총장 1기 때는 글로벌 교육 환경 청사진을 만드는 등 교육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기를 맞은 앞으로의 역할은 인천 송도 제3글로벌캠퍼스 구상을 가시화하고 용인캠퍼스 내 영어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1기 때 세운 청사진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올 초 재선에 성공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사상 첫 연임 총장 기록을 세운 박철(61) 총장은 “송도캠퍼스는 한국외대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서울·용인·송도 등 3각 캠퍼스 체제 구축으로 국내 5대 명문사학 진출의 토대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정충신 사회부 부장대우]
―송도캠퍼스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5공구 부지 확정 통보를 받아 현재 차질 없이 송도캠퍼스 건설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 4만8090㎡ 부지 위에 통번역센터, 국제비즈니스센터, 한국어문화교육원 등이 들어서면 한국외대의 다목적 글로벌 전진기지가 마련될 것입니다. 올 상반기에 마스터플랜을 끝내고 연내 토지매매계약을 완료하면 늦어도 내년 초 착공해 2013년에 기숙사와 게스트하우스를 포함한 통번역센터를 1차로 개교하고 2016년까지 국제비즈니스센터와 한국어문화교육원을 개원할 예정입니다.”
박 총장은 “애초 예상보다 1만6500㎡(약 5000평) 정도 축소된 것은 외국어고 건설 계획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임기가 끝나는 2014년 2월 내에 송도캠퍼스를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제2캠퍼스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2기숙사를 2011년에 완공, 1670명의 학생과 외국인 교수 80가구를 수용하는 프로젝트다. 박 총장은 캠퍼스 글로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송도캠퍼스와 더불어 용인캠퍼스 내 ‘외대 용인영어마을’(가칭) 추진에도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용인영어마을은 기존의 서울 송파구 풍납동 영어마을이나 경기 파주 영어마을과 차별화할 것입니다. 용인영어마을은 용인시가 건축비를 부담하는 한편, 한국외대가 부지를 제공하고 외대의 외국어 교육 50년 노하우를 접목시키고자 합니다. 원래 용인시에 제안한 것은 영어마을을 넘어선 세계문화마을 구상입니다. 1차로 영어마을을 만들고 중국어마을·일본어마을·스페인마을 등을 차례로 추진, 외대가 갖고 있는 45개 외국어과의 언어와 문화를 젊은이들에게 보여 줘 그들의 눈을 열게 하고 싶습니다.”
한국외대는 용인시청과 지난해 12월10일 용인영어마을 조성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외대 용인영어마을은 외대 부지 6만465㎡, 수용 인원 400명 규모로, 교육시설과 기숙사, 생활시설, 문화스포츠시설, 시추에이션타운 등이 들어서게 된다. 개원 목표는 2012년 2월이다.
―최근 지방선거 후 용인영어마을 추진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특혜 논란 등 잡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운하기도 하고 또 무척 안타깝습니다. 외대가 용인영어마을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수익적 목적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영어 교육을 위해 불필요하게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 낭비를 막고 국내에서도 외국 못지않은 양질의 영어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추진한 것입니다. 영어마을 부지 비용만 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영어마을들이 경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용인영어마을 성공에 대한 비전이 있습니까.
“용인외국어고가 입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개교 5년 만에 용인외고는 특목고인 대원외고나 민족사관고등학교와 어깨를 겨루는 국내 최고의 고교가 됐고, 글로벌 학교로 초고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대가 가진 노하우와 브랜드, 인적 파워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용인외고는 외대 용인캠퍼스 알짜배기 땅 8만2500㎡(약 2만5000평)를 내놓았고 재단에서도 매년 상당액을 투자해 용인시의 브랜드를 높이는 데 일조했습니다. 공무원이 중심이 된 다른 영어마을과 외국어 전문가·교수들이 운영할 용인영어마을을 같이 비교해서는 곤란합니다. 외대는 용인에서 수년째 캐나다·호주 등 현지 교사 등을 초청해 국내 최고 수준의 영어마을 캠프를 운영한 노하우가 있기에 성공을 자신합니다.”
박 총장은 “용인캠퍼스를 인연으로 용인시를 정말 멋있고 세계적인 문화마을로 조성하는 데 외대가 기여하겠다는 자부심 때문에 용인시와 용인시민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 논리를 넘어서서 용인시민들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이버한국외대 총장직을 겸하고 있는데 차별점은.
“다른 사이버대학에 비해 늦게 출발했지만 영어·중국어·일본어과를 둔 사이버한국외대는 국내 사이버대학 중 유일한 ‘외국어특성화’ 대학입니다. 대부분의 강의를 한국외대 교수진이 맡고 있고, 학습 활동을 돕는 튜터도 한국외대 석·박사급 학생들로 이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시로 학습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은 외대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습니다. 전체 전임교수 중 45%가 외국인 교수입니다.”
박 총장은 “올해 말에 별도 사이버대학 건물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사이버한국외대는 해외 동포의 언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해외의 외국인들을 위한 최적의 콘텐츠를 개발해 한국어 보급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올해 6·25전쟁 60주년을 기념해 ‘16개 유엔 참전국 용사 후손 장학 사업’을 펼친다고 들었습니다.
“유엔 참전국 참전용사 후손들을 학부 또는 대학원에 초청해 학비 및 생활비 전액을 무료로 지원하는 장학 사업입니다. 2011학년도부터 매년 16개 참전국가에서 2명씩 총 32명을 초청, 사업 개시 후 4년이 경과하면 130여명 규모의 학생들이 한국외대에서 수학하게 됩니다. 어려웠던 시기에 우리를 도와준 국가들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이들 국가의 글로벌 리더를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장래의 친한(親韓) 인재들을 양성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송도캠퍼스, 용인영어마을과 기숙사, 사이버한국외대 건물 공사 등 벌여 놓은 일들이 많습니다. 재원 조달 대책이 있습니까.
“최근 4년간 각계각층의 성원에 힘입어 외대의 발전기금은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06년 총장 취임 후 학교 성장 동력은 발전기금이라는 생각에서 모금에 적극적으로 힘써 성과가 있었습니다. 외대 발전기금 모금 운동은 2006년 12월에 시작된 ‘외대가족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캠페인’에 2010년 6월 현재 총 713명이 참여해 22억7892만원을 모금했습니다. 조명덕 여사가 25억원, 이덕선 미국 AT그룹 회장이 100만달러,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10억원, 윤병덕 한국야쿠르트 회장 10억원, 윤강로 KT 투자 회장 20억원 등 동문과 각계의 고액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상승한 외대 이미지와 위상도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6년간 사실상 국립대학의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외대에 동문뿐 아니라 온 국민의 성원이 필요합니다.”
박 총장은 “특수외국어 교육과 글로벌 인재 육성은 국가가 전략을 세워 지원해야 하는데 사립대로서는 한계가 있다”며 “유럽과 중국·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외대를 국립대학으로 육성, 지원하는 데 비해 한국외대는 부족한 재정에도 56년 전 5개에서 45개 언어학과, 세계 3위의 언어교육기관으로 성장해 기업과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csjung@munhwa.com
첫 연임 박철 총장은 누구
불가능을 현실화 ‘한국의 돈키호테’… 스페인 한림원 종신회원
박철 한국외대 총장의 별명은 돈키호테다. 국내 최초로 스페인 소설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번역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불가능한 것을 꿈꾸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꿈’과 ‘열정’을 위해 도전하는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와 닮았기 때문이다.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 총장은 경동고와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1985년 외대 스페인어과 교수로 부임했다. 외대에서 홍보실장, 외국문학연구소 소장, 연구협력처장 등을 거쳤고 2006년 2월 외대 총장에 취임했다. 박 총장은 교수와 총장으로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스페인어 전공 학자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소설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을 맞은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완역본을 출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인 정부로부터 문화훈장기사장을 받았고, 2009년에는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에 선출됐다.
박 총장은 “돈키호테를 우스꽝스럽게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돈키호테처럼 꿈꿔야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되면 돈키호테 2권도 번역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수필집 ‘돈키호테를 꿈꿔라’에서 박 총장은 “다른 사람보다 더 노력하지 않고서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해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소신을 말했다.
강버들기자 oiseau@munhwa.com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