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국외대 몽골어과 학과장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교수
[초대석]한국외대 몽골어과 학과장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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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0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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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잘 아는 몽골인 많아… 이젠 몽골 잘 아는 한국인 길러야죠”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학과장(가운데)이 6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캠퍼스에서 몽골어과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유나 정호진 씨가 담딘슈렌 교수와 이야기하는 박선우 최예린 씨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부터).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외국어대 개교 이후 첫 외국인 학과장이 된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교수가 6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몽골어학과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취재진과 만나 향후 학과 계획과 한국의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담딘슈렌 교수는 “이제 ‘몽골을 잘 아는’ 한국 전문가를 육성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일 발표된 한국외국어대 교원 인사가 대학가에 화제가 됐다. 이날 한국외국어대 학과장에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교수가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 외국인 교수가 3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6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학과사무실에서 만난 몽골 출신의 첫 외국인 학과장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교수(33·여)는 주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덤덤했다. 그는 “한국을 아는 몽골 사람은 많지만 몽골을 잘 아는 한국인은 드물다”며 “이제 한국의 ‘몽골전문가’를 길러낸다는 사명감으로 더욱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는 2009년 첫 신입생 20명이 입학한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교과서를 직접 만들고 학과 교육과정을 혼자서 짜온 30대 여교수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몽골어학과 몽골문학을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몽골 연구의 틀을 새로 짜겠다는 담딘슈렌 교수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한국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 한국 학생들의 문법이 틀리면 바로잡아주기까지 한다. 담딘슈렌 교수는 몽골의 ‘외국어대’ 격인 몽골인문대에서 정교수로 근무했다


대학내 외국인 출신 첫 학과장 임명

―이제 ‘유명 교수’가 됐다. 안정된 몽골의 교수직을 버리고 한국의 신설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유는….

“한국이 너무 좋아서 잊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2003년 한국 정부의 초청장학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2008년 서울대에서 한국어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5년 동안 한국에 체류할 때도 외국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어떤 계층, 어떤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도 ‘몽골에서 왔다’고 하면 ‘형제의 나라’, ‘같은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몽골로 돌아간 2008년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교수모집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다. 한국어를 전공하면서 한국을 사랑하게 됐고 지금은 한국의 팬이 됐다.”

―몽골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몽골에서 한국은 낯선 나라가 아니다.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 ‘한류 열풍’이 몽골에도 퍼졌다. ‘겨울연가’의 배용준 씨나 최지우 씨는 몽골에서도 유명한 스타다. 문화적 친밀감은 언어 열풍으로 이어졌다. 3년 전 몽골국립방송이 대학생,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장 배우고 싶은 언어 1위가 영어, 2위가 한국어였다. 몽골의 주요 대학에는 한국어학과가 모두 개설돼 있다. 몽골 입장에서 주변국 중 중국이나 일본과는 껄끄러운 과거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한국은 ‘형제’라는 생각에 친밀감이 더해져 한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서 장학금 받고 공부해 보답할 차례 몽골도 한국을 ‘형제’로 친밀하게 여겨 한류와 달리 한국어 인기는 계속될 것”

―아시아에서 한때 떠들썩했던 ‘한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몽골은 어떤가.

“한류 현상이 일시적일지 지속적일지는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몽골에서 한국어의 경우 ‘학술적 언어’라기보다 사회적 필요성 때문에 더욱 널리 퍼졌다. 그래서 생명력도 더 길 것이다. 몽골은 전체 인구가 300만 명도 되지 않지만 그중 4만 명이 한국에 있다. 한국인들도 몽골에서 사업을 계속 벌이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 한국어를 세계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몽골과 같은 국가를 잘 공략해야 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한국을 잘 아는 몽골인은 많은데 몽골을 잘 아는 한국인이 드물다는 것이다. 문화는 서로 흘러야 한다. 일방적으로 흐르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한국인들은 몽골인을 어떻게 본다고 생각하나.

“몽골 사람들을 많이 접해본 한국인들은 ‘몽골인과 한국인이 서로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몽골인은 비교적 성격이 급해서 때로는 화를 잘 내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면 모든 것을 다 주는 사람들이라고 평하더라. 아직 유목민의 문화가 남아 있어 순수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최근 한국에서는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늘고 있다.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에서는 한국 국제결혼 때문에 사회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몽골에서는 그런 일이 없는지.

“몽골은 인구 증가를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으로 삼고 있는 나라다. 아무래도 몽골에서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고 인구를 늘려주기를 바라는데 외부로 빠져나가면 좋지 않게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적을 버리는 등 고생하면서 한국으로 왔는데 성공적인 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많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결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의 국제결혼은 그렇지 않다. 또 몽골인과 한국인이 외모는 비슷해도 문화 차이는 크다. 같은 언어를 써도 싸우는 것이 부부인데 그런 문화적 언어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몽골 출신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이다. 앞으로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어떻게 정착하고 사는지도 양국 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몽골 출신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교류 및 봉사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가 안정된 후에 학생들과 함께 몽골계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몽골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몽골계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몽골어와 몽골문화 모두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학생들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 같은 자원봉사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이 몽골어나 몽골문화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고 있나.

“아직 연구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양국이 수교한 지도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서로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우리 학과도 신설 학과다 보니 개인적으로 연구를 많이 못하더라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배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몽골어과에 입학한 학생들을 보면 대학입학 성적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들어온 학생은 거의 없다. 몽골어가 한국에서 새로운 언어이고 미래가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학생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몽골학을 정립하는 일 등은 우리 학과 학생들과 내가 함께 진행해야 할 일이다. 한국 내 몽골전문가를 길러내고 싶다.”

―신설 학과를 맡아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

“교과서가 없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 한국인을 위한 몽골어 교과서는 시중에 몇 가지가 나와 있지만 대부분 일반 학습자를 위한 것이라 전공자를 위한 체계적인 교과서가 없었다. 몽골어 사전 역시 몽골국립대에서 만든 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가 환자별로 다르게 처방을 해 주듯 언어라는 것은 배우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가르치는 방식도 달라진다. 전공자를 위한 새로운 교과서와 교과과정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또 젊은 나이에 학과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솔직히 부담도 됐지만 지금은 우리 과를 잘 운영하는 것이 학교나 학생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생 때 5년, 교수가 되어 2년, 총 7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어떤 점이 힘들었나.

“솔직히 사비로 유학생활을 했다면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 한국 정부의 장학금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 아직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한국을 위해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다. 정부 초청장학생의 경우 학기 등록금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보조해 준다. 큰 어려움 없이 한국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게 해준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에 감사하고 있다. 이런 고마움을 한국의 대학에서 일하며 보답하고 싶다.

―한국외국어대의 첫 몽골어과 학과장이자 첫 외국인 학과장으로서의 포부는….

“한국과 몽골의 협력 관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전문가는 없다.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를 한국 내 몽골 연구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가르쳤던 학생 모두가 취직도 잘되고 공부도 많이 해 ‘몽골어과에 오길 잘했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 더 높은 목표는 ‘전문가들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과 몽골을 위해 일할 외교관, 사업가, 교수 등을 배출해 보람을 느끼고 싶다.”
 

▼“강의에 늦게가면 일일이 전화… 방학숙제도 한아름 내주세요”▼

■ 학생들이 본 담딘슈렌 교수

담딘슈렌 한국외국어대 몽골어학과장(가운데)이 6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캠퍼스에서 몽골어과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유나 정호진 씨가 담딘슈렌 교수와 이야기하는 박선우 최예린 씨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부터).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트겅 교수님’은 꼭 고교 선생님처럼 숙제를 많이 내주세요.”

6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캠퍼스. 지난해 처음으로 개설된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1, 2학년 학생들을 만나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교수에 대해 들어봤다. 이날 만난 몽골어과 학생들은 담딘슈렌 교수를 ‘어트겅 교수님’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1년 가까이 겪어본 담딘슈렌 교수가 마치 ‘열정적인 고교 선생님’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이 평소 접할 기회가 없는 몽골어를 가르치기 위해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숙제 등을 워낙 많이 내줬기 때문. 아예 문장 자체를 통째로 외우도록 해 처음에는 학생들이 곤욕을 치렀다. 심지어 1학년 학생들에게는 올여름에 50쪽가량의 문제집을 풀어오라는 방학숙제까지 내줬다. 2학기 개강을 하면 반드시 숙제검사를 하겠다는 엄명도 있었다.

전체 재학생이 1, 2학년을 합해 40명밖에 안 돼 담딘슈렌 교수는 수업시간에 늦는 학생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 정도로 열정적이다. 학생들은 담딘슈렌 교수가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거나 결석이 잦은 학생들을 학과장실로 따로 불러 보충수업을 해줄 정도라고 귀띔했다. 2학년인 과회장 이유나 씨(19·여)는 “교수님은 어떻게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게끔 만드신다”며 “학생들에게 애정이 많다보니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학생들은 담딘슈렌 교수에게 한 학기에 서너 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1학년 정호진 씨(21)는 “매일 교수님께 수업을 듣다보니 학생 개인별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워낙 노력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발음 교정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바로잡아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담딘슈렌 교수가 사명감을 갖고 몽골과 한국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군 제대 후 몽골어과에 올해 입학한 박선우 씨(23)는 “교수님의 제안으로 서울 중구 광희동 ‘몽골타운’에도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며 “한국에 있는 몽골 학생도 많이 소개해주셔서 같이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어트겅체첵 담딘슈렌 교수::

―1977년 몽골 출생(33세)
―1999년 몽골국립대 국제관계 대학 한국어학과 졸업
―2001년 몽골인문대 외국어대학 한국어교육학 석사
―2003∼2008년 한국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으로 유학
―2007∼2008년 서울대 중앙다문화교육센터 객원연구원
―2008년 서울대 사범대학 한국어교육학 박사
―2008년 몽골인문대 아시아 언어문화학부 한국학과 교수
―2009년∼현재 한국외국어대 몽골어과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