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동서 돈만 벌겠다는 생각 버려야
[시론] 중동서 돈만 벌겠다는 생각 버려야
  • HUFSNEWS
  • 승인 2010.08.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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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한국외대 교수
한국의 중동 진출이 한창이던 1977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장(市長)이 서울을 방문해 서울과 테헤란시(市)간에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것을 기념해 서울 강남의 한 거리를 테헤란로로 명명했다. 이 거리는 우리 경제성장을 상징한다. 테헤란 중심부에도 서울로(路)가 생겨나 아직도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444일간 인질로 잡힌 사건 이후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중단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우리도 이란과 교류할 때 제재를 피하고 눈치 봐야 했다. 그러면서 경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대 이란 수출은 40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다시 도전에 직면했다. 이란의 핵개발로 유엔이 이란 제재안을 결의한 데 이어 아인혼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미국 독자적 이란 제재에 한국이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현재 제3국 은행이 이란과 거래할 경우 그 은행은 미국 은행시스템에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통과시킨 이란 제재 결의 1929호와는 다른 추가적인 내용이다. 미국은 유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핵심적 내용인 이란의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제재가 제외되자 독자 제재를 준비했다. 문제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매우 강력해 이에 동참할 경우 한국 기업의 대 이란 무역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다는 점이다.

한·미동맹과 우리의 경제적 국익 사이에서 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명하고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선 현실적으로 대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를 완전히 거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의 요청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란 제재안을 만든 나라 수가 30개국을 넘어섰다.

그러나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우리의 입장을 반영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고, 또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구조에 대해 미국을 충분히 설득해서 합리적인 선을 찾아야 한다. 유엔 결의안과는 별도로 독자 제재안을 만드는 것은 유엔 결의를 준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란은 유엔 수준을 넘어서 적대행위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란에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필요 이상의 오해나 감정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제 역학구도상 대 이란 제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대 이란 외교와 민간 교류는 배가(倍加)해야 한다.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와 사업에는 적극 참여해 우리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동안 경제교류에 비해 우리가 소홀히 했던 이란 및 중동과의 문화교류도 더욱 넓혀야 할 것이다. 최근 리비아와의 외교적 어려움도 그 내면에는 경제만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리비아의 서운함이 담겨 있다.

이란 국민은 한국을 사랑한다. 테헤란시(市)는 '서울로(路)'와 더불어 '서울공원'도 설치했다. 한국산 차량, 전자제품 등이 거리와 가정에 가득하다. 주몽·대장금 등의 시청률은 최고에 달한다. 설득과 교류를 통해 정치적 어려움을 풀어가야 한다. '우정은 나무와 같아 뿌리만큼 자란다'는 중동의 속담이 있다. 어려울 때 더욱 우정의 나무에 거름과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제3의 중동붐'은 이란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말에 이견을 다는 중동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