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상훈] 2010년 광복절과 ‘종전기념일’
[글로벌 포커스-이상훈] 2010년 광복절과 ‘종전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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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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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광복절을 전후한 1주일은 한·일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일본 총리 담화와 한국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때문이다. 간 나오토 총리는 10일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의 반성과 사죄, 미래지향의 한·일관계 구축 결의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는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 2005년 ‘고이즈미 총리 담화’를 발표하여 아시아 제국(諸國) 국민들에게 사죄를 표명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한국만을 대상으로 했다. 식민지 지배가 가져다준 피해와 고통에 대해 “통절(痛切)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하고 있는 점은 이전 담화와 같지만, 항일독립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3·1독립운동을 언급하고 식민지 지배의 강제성을 인정한 점은 새로운 내용이다.

민주당 정권 노력 인정해야

이러한 총리 담화에 대해 주요 일본 언론은 식민지 지배의 잘못을 인정하고 야당시대부터 ‘아시아 중시’를 주장해 온 민주당 정권에 있어서 역사인식 문제에 하나의 획을 긋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원래 종전기념일인 15일에 총리담화를 발표할 수도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할 수 있도록 그 이전에 담화를 발표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 정부가 총리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민을 향해, 한국민의 뜻에 반한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한 것은 일본의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물론 아직 한·일관계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지적하고, 담화 후 일본 정부의 행동 및 실천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상기하고 민족의식을 고양시키는 날에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평가한 것은 한·일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평가와는 달리 한국 언론이나 지식인, 시민단체는 간 총리 담화에 대한 실망과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일병합의 ‘강제성’은 인정했지만, ‘불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강제동원노동자나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 핵심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정권 성립 후부터 준비되어 온 총리담화치고는 내용이 빈약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문제는 이번 간 총리 담화가 실천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독도영유권, 역사인식, 전후보상 문제 등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담화에 대해 일본 내에서 자민당 의원을 포함한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반대의견이 존재한다. 다만 민주당 정권의 우호적 한·일관계 구축을 위한 일관된 노력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광복절에 해당하는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15일 간 내각의 자숙방침 하에서 간 총리도, 각료 17인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에 기록이 남아 있는 1985년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로서 한국 등 아시아제국을 배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 親韓 세력과 연대 필요

한·일관계에 관한 한 2010년의 광복절, ‘종전기념일’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의미 있게 조용히 지나갔다. 그 배경에는 우리가 새로운 일본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인은 일본에 관한 한, 그리고 역사인식에 관한 한 ‘한마음’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두 마음’이 존재한다. ‘친한’세력도 ‘반한’세력도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반한’적인 세력이나 정치가를 비판해 왔고, 그들을 일본 전체로 판단하여 ‘한마음’으로 일본을 부정해 왔다. 이제는 일본에도 ‘친한’ 세력이 존재하며, 그들과의 연대가 한·일관계의 발전에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향후 100년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켜, 일본의 현실을 직시하고, 일본 내 ‘친한’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시켜 나가는 데 달려 있다.

이상훈 한국외대 교수 일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