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독일 통일 20주년의 교훈
[글로벌포커스] 독일 통일 20주년의 교훈
  • HUFSNEWS
  • 승인 2010.08.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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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3일 우리나라 개천절은 독일이 다시 통일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달 유럽 출장 기회에 통독 20년을 맞는 독일의 분위기도 살필 겸 베를린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독일의 재통일이 독일 국민에게는 무엇을 가져다 주었으며, 20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일로 기록되고 있는 이 역사적 사건의 국제정치적 함의는 무엇이며 또 천안함 사건으로 더욱 멀어져 보이기만 하는 한반도의 통일에 던져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어느 것 하나 궁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10ㆍ3 기념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베를린 주민들의 표정에서 특별한 반응을 읽기는 어려웠고 기념 현수막도 걸리지 않았다. 연방제 국가인 독일은 통일 기념식을 통일 첫 해에는 수도 베를린에서 개최한 후 매년 각 주를 순회하며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에는 브레멘에서 20주년 공식 기념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아마도 10월 3일이 가까워 오면 다시 한번 당사국인 독일은 물론 전 세계 언론의 보도전쟁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우선 통독 전후의 경제 사정과 통독 이후의 사회적 통합에 대한 옛 동독 국민의 반응을 살펴보자. 2009년에 독일 정부가 발간한 통일 백서에 의하면 옛 동독 지역의 경제 상황은 통일 이후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즉 통일 이전 서독의 30% 수준이던 동독의 GDP는 71% 수준까지, 생산성은 과거 20~25%에서 79%까지 높아졌다. 2000~2008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동독 지역이 14.1%로 서독의 9.1%를 앞서고 있다. 통일 이후 독일 정부가 동독 지역 발전을 위해 매년 GDP의 3~4%(약 1000억유로)를 투입해 온 결과다.

그러나 통일의 핵심 요소인 사회 통합은 통일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이 국내외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쉬드도이체 자이퉁지가 옛 동독인들의 통일 후 생활태도를 조사해 보도한 데 따르면 67%의 옛 동독인들은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대답은 단 11%에 불과하고 42%는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심지어 10% 응답자는 옛 동독으로 회귀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해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통독의 기대가 고조되자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관련국들은 표면적으로는 독일 통일을 지지하는 공식적 입장을 천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국가의 본심도 그랬을까. 통일 과정을 둘러싼 긴박했던 시기의 외교 기밀들이 지난해부터 관련국들의 외교문서 공개로 일부나마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독일의 통일 가능성에 가장 노골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영국 대처 총리였음이 밝혀졌으며 그는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영국 등 서방진영은 독일의 통일을 원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이를 막아달라고 부탁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한편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도 반대 입장을 마지막까지 견지했지만 독일 통일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독일의 유로화 가입을 조건으로 찬성해 줬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관련 기록들이 공개되면 통독 과정의 외교 비밀들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베를린 방문을 마치면서 한반도의 현실로 생각이 돌아오자 마음은 더없이 착잡해졌다. 최근 우리 국민은 국내외적으로 험산준령을 넘었던 독일 통일과정을 보면서 남북 통일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독일 통일이 부지불식간에 다가왔듯 우리의 통일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는 대단히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이 이런 국제 정세의 흐름을 얼마나 잘 읽어 내느냐에 우리나라의 명운이 달려 있다.

[임성준 한국외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