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 뺀 수능안은 시대착오적이다
제2외국어 뺀 수능안은 시대착오적이다
  • HUFSNEWS
  • 승인 2010.08.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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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개편안이 거꾸로 가고 있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제2외국어가 제외되는 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을 만든 고위 책임자는 “수능이 교육의 꼬리에 해당하므로 꼬리가 머리와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수능 과목 축소가 교육현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능 포함 여부에 관계없이 교육을 충실히 하면 된단다. 원론적으로는 그럴싸한 말이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이다. 현직 교사들은 수능에서 제외된 과목은 각종 편법이 동원돼 파행적으로 운영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언어 조기교육의 효율성이 영어에만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수능에서 제2외국어를 제외하면 제2외국어가 약화될 것은 명백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애써 구축해 놓은 외국어 교육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 이런 반발에 대해 정부당국은 설문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시험과목 축소안을 대체로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은 피교육자 비위를 맞추는 데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는 사교육 조장의 한 예로 아랍어를 들고 있다. 일시적이고 적은 부분을 예로 들어가면서 사교육 축소를 개편안의 정당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소수 과목에 사교육이 더욱 성행하게 될 것이다. 언어·영어·수학이 사교육에서 지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더욱 비중이 커질 우려가 있다.

우리는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모두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을 받고, 보다 나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경쟁한다. 나라 안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중요할 것이다. 경쟁을 통한 발전은 바람직하다. 우리보다 선진 교육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안 되면 말고’는 교육에선 너무 위험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오히려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 의사소통인데 이번 대교협 안에는 제2외국어를 배제시키는 안이 포함돼 있다. 구미(歐美)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원하는 언어를 익히기 시작하는 제도가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현재 고교 과정의 제2외국어 교육마저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의사소통의 핵심이 언어인데 입 닫고, 귀 막고 외국과 소통하려 하는가. 현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교관들이 활동하면서 발생한 최근의 리비아 사태를 보고서도 느끼는 바가 없는가.

글로벌 시대에 맞게 제2외국어는 수능에 존속시켜야 한다. 제2외국어를 더 이른 시기에 시작할 수 있도록 중학교, 초등학교부터 교육해야 한다. 영어 교육에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열심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성인이 된 후에 외국어를 학습으로 익히게 되면 그 언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둔재보다 자연스럽게 구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언어교육은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영어에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이영태 한국외국어대 교수 아랍어통번역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