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국어대학교 60여 년 역사 기록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 연설 전과 후로 나뉠 것입니다. 이번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의 오바마 미국대통령 외국어대 서울캠퍼스 방문 연설은 그만큼 기념비적인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은 미국 현직 대통령의 우리나라 대학 첫 강연장소로 외국어대가 선택된 것에 대해 "1954년 개교 이래 외국어와 외국학을 교육해 온 국내 유일의 교육기관으로서 굉장히 보람되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외국어대 방문강연에서 외국어대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외국어 프로그램을 가진 대학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외국어대인들이 한국 발전에 기여했다고 말했고 '그레이트 유니버시티(Great University·위대한 대학)'라고 호칭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강연한 외국어대의 명물 '미네르바 오디토리엄'은 신축한 지 1년된 새 건물이다. 박 총장은 "미네르바는 지.예의 여신이다. 11만 외대인에게는 미네르바 동산이 하나의 추억이다. 이곳에 '미네르바 오디토리엄'을 지난해 9월 완공했다"면서 "이후 첫 초우량고객(VVIP)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됐으며 앞으로 가칭 미네르바 오디토리엄을 '오바마홀'로 통칭해서 부르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외대 명연설' 역사 기록
박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국어대 연설이 재임 중 아시아권 대학 캠퍼스 강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6월 이집트의 카이로대학을 방문해서 한 연설이 명 연설로 남아 있다. 9·11테러 이후에 미국과 이슬람의 화해를 언급한 명 연설이다.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외대에서 30분 이상 가진 연설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비전, 핵 문제까지 언급했다. 학술적으로도 많은 학자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할 것이라고 박 총장은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 수십년간 역사적 사료가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세계의 주요 대학을 다시 방문하겠지만 재임 중 카이로 연설에 이은 명 연설로 이번 '외국어대 강연'이 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통을 즐기는 글로벌 대통령답게 한국 대학생들과 소통하는 연설을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는 외대 강연에서 '카카오톡'과 '한류'를 직접 언급하고 '같이 갑시다'라는 한국말까지 써가면서 한·미 동맹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까지 기원해 한국 대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 총장은 "보안 문제 등으로 굉장히 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학생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촬영했다"면서 "마지막에 오바마 대통령이 대학생들에게 둘러싸여서 손을 잡고 악수하며 소통하는 모습에 배울점이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연설은 11만 외국어대 가족뿐 아니라 전 세계에 중계됐다"면서 "외대생들은 새벽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학교로 몰렸고 많은 교수가 강연장에 들어가길 원했는데 인원 제한으로 못들어 갔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주 외대동문들 환호성
외대 동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박 총장은 "외국어대 미주동문연합회 이덕선 이사장과 이영희 회장이 오바마 대통령 특강 전날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주 1만여 외대 동문의 이름으로 축하하면서 정말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큰 사업을 하고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미국 대통령이 모교인 외국어대를 방문해 역사적인 강연을 하고 전 세계에 방송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과 흥분이었다. 이덕선 외국어대 미주동문연합회 이사장은 때마침 서울에 체류 중이었다. 미국에서 못 만난 미국 대통령을 외국어대의 대표상징인 미네르바 오디토리엄에서 만난 것을 굉장히 감격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 강연에 참석한 청중은 서울과 용인캠퍼스에서 각각 절반씩 선발됐다. 강연장에 못들어간 학생은 외대 애경홀에서 300~400명이 TV를 통해 시청했다. 박 총장은 "강연은 학생들에게 평생 기억될 것이다. 미래의 지도자가 되고 세계 인류의 평화와 복지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희망과 꿈을 심어 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인어 전공자인 박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도 딸을 스페인어를 배우도록 멕시코에 연수를 보냈다고 해서 굉장히 친근감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글로벌 제1의 대학인 외국어 대학을 강연장으로 직접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강연에서 외대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였다. 박 총장은 "오바마가 강연 중 카카오톡과 딸 이야기를 한 것은 대통령의 모습과 일개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것이어서 굉장히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뉴욕타임스지 베스트 셀러인 '버락 오바마, 담대한 희망'이라는 한국판 번역서에 친필 서명을 부탁했는데, 'To President Chul , All the best'라고 영문 친필을 남겼다. 짧지만 굉장히 친근한 사인을 줬다"면서 "번역판중에 현직 미국 대통령의 친필서명이 들어간 유일한 책이다. 외국어대는 이 책을 대학 박물관에 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