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어르신 직원분들과 '케미' 덕에 회사 20배로 키웠죠"
"70대 어르신 직원분들과 '케미' 덕에 회사 20배로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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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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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터뷰] 한아름 개로만족 대표
반려견 프리미엄 수제간식 생산 업체
'펫푸드 요리사' 할머니 5명과 의기투합
반려견도 노령층도 만족하는 회사 목표

강아지와 할머니,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을 꿈꾸는 한아름 개로만족 대표(스칸디나비아어 18)
강아지와 할머니, 모두가 만족하는 세상을 꿈꾸는 한아름 개로만족 대표(스칸디나비아어 18)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퇴근을 앞둔 20대가 70대 할머니를 껴안으며 말했다. 할머니 역시 "수고 많았어요"라며 등을 토닥여준다. 얼핏 보기엔 손녀와 할머니 사이 같은데, 깎듯이 예의를 갖춰 인사 나누는 것을 보니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 없어선 안 될 우리"라며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이들은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

다같이 일하는 사이다. 소셜벤처 기업 '개로만족'의 한아름 대표와 그와 일하는 60~70대 '펫푸드 요리사' 다섯 분은 헤어질 때마다 포옹을 나눈다. 서로가 고마워서다. '개(犬)와 노인(老)이 모두 다 만족한다'는 뜻의 '개로만족' 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창업의 토대는 유년시절 경험이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거든요. (저는) 거의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요. 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요. 그런데 생각할수록 안타깝더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일을 하실 수 있을텐데, 왜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손자손녀 돌봄 아니면 단순 노무직에서만 일해야 할까, 고민이 됐어요."

어느 날 한 대표는 할머니께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을 며칠 간 맡겼둘 일이 생겼다. 할머니는 귀찮아하셨다. 그러나 며칠 뒤 할머니가 달라졌다. 반려견을 데려가려니 오히려 아쉬워하셨다. 손녀 돌보듯 강아지와 지내는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펫팸족 1000만 시대에, '할머니가 손자에게 좋은 것만을 먹이고 싶듯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을 만들면 어떨까?', '어르신들에게도 지속 가능성이 높은 직업이 생기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자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죠."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반려견 간식 수요도 잡을 수 있는 '개로만족'의 시작이었다.

한 대표는 한국외대 재학시절 '개로만족'을 창업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선정이 됐고, 본격적으로 펫푸드 요리사로 할머니 다섯분을 모셨다.

"지원 요건은 단순했어요. '60세 이상, 펫푸드 요리사를 꿈꾸며 열정있는 건강한 어르신'이었죠. 호텔 조리학을 전공하셨거나 젊었을 적 의류사업을 하신 분도 계세요. 하지만 평생 전업주부로 살다 처음으로 일 하시는 분도 계셔서 그야말로 다양성을 가지신 분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업무역량'은 탁월했다. 4~50년의 주부경력 덕분이다.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고구마에 닭가슴살을 돌돌 말고 단호박에는 오리고기를 휘감았다. 검은깨콩 쿠키, 무지개우유껌 등 맛과 색감, 영양 등을 다 고려한 수제 간식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들의 요리 실력이 한껏 발휘된 것은 '수제 한과'. 사람도 쉽게 먹지 못하는 전통 고급 과자를 반려견을 위해 만들었다. "한과 자체가 보통의 요리 실력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희 할머님들이 해내셨죠. 명절 같은 특별한 날 손주들 주려고 한과 만들듯 말이에요."

할머니들의 노하우가 응축된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개로만족에 따르면 지난해 와디즈에서 실시한 펀딩에서 개로만족의 한과(2만원대)는 역대 강아지 수제 간식 프로젝트 중 펀딩성과 1위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첫 월급을 받아든 할머님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손자 먹고 싶은 것 사줄 수 있게 됐다고, 여태 남편 돈을 받아 썼는데 오늘은 한 턱 낼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셨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는 할머님이 계셨는데, 월급을 받아 처음으로 피아노 학원에 등록할 수 있게 됐다는 말씀에 가슴 뭉클해진 적도 있어요.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손녀에게 돈까지 받았다고 하시니...(웃음)"

한 대표는 할머님들과 일하며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각하신 적 없는 할머니들을 보며 성실함을 배운다. '지옥철'을 타고 힘들게 출근하면서도 단 한 차례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 매사 감사하는 태도를 배운다. "늘 저를 기운나게 해주세요. 어린 나이에 창업해 매일 매일이 어려운데, 진짜 친할머니처럼 제 옆에서 기운을 북돋아주시죠."

현재 개로만족 매출은 창업 초기 대비 20배 이상 뛰었다. 한 대표를 포함해 3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13명으로 늘었다. 한 대표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할머니들과 더욱 강력해진 '케미'로 일하는 재미 역시 함께 커가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제 인생의 모토가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것이었는데요. 어르신들이 겪는 일자리 어려움을 푸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할머니도, 저도 좋아하는 반려동물을 위한 일을 통해서라니 더더욱이요."

[매일경제 4월 10일자]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

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4777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