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영규 인터뷰
가수 백영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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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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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일보 - 창간 34 좋지요, 동행]

낭만을 부르는 목소리 추억이 새록새록

인천 출신 가수 백영규는 올해 칠십이다. 하지만 그에게 나이의 무게를 덧씌운 고희(古稀)를 붙이는 상황은 민망할 정도다. 그에게서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따라붙는 안주(安住)나 고리타분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늦은 밤까지 곡과 가사를 쓰고, 새로운 무대를 꾸미고 기획하는 창작활동이 매일 같이 반복된다.

가수 백영규 출처-기호일보
가수 백영규 출처-기호일보

오히려 젊은이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범접하지 못할 노익장을 뿜어낸다. 그렇게 그의 작업 노트에는 발표한 곡보다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곡까지 더해 수백 곡이 가지런하게 담겼다.

가수 백영규는 한때(1970~80년대) 슈퍼스타급 가수였다.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조용필보다 계약금이 높았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의 노래를 영화화한 ‘슬픈 계절에 만나요’에 출연해 당시 최고의 미녀 배우였던 장미희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백영규는 인천 동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8년 한국외국어대 학생으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순이 생각’과 ‘슬픈 계절에 만나요’, ‘잊지는 말아야지’ 등의 인기곡을 잇따라 히트시켰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인천을 소재로 한 ‘추억의 신포동’과 ‘성냥공장 아가씨’,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맞서 분투하는 의료인들에게 바치는 노래 ‘천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만간 또 다른 신곡 발표를 앞두고 밤을 지새운다고 한다.

그의 열정은 작사·작곡에만 그치지 않는다. 방송도 베테랑급이다.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왕년의 인기 가수답게 그가 진행을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은 맡는 족족 상종가다. 경인방송 음악 프로그램인 ‘백영규의 가고 싶은 마을’을 13년간 진행하면서 꾸준히 팬들을 불러 모았고, 이제는 경인교통방송에서 ‘스튜디오 1005’를 진행하며 역대 어느 방송에서도 보여 주지 못한 최상의 선곡으로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그는 묘한 능력의 소유자다. 추억을 소환하는 재주가 남다르다. 방송에서 그의 선곡은 단순히 듣기만 좋은 차원이 아니라 바로 7080세대의 추억을 소환한다는 점이다. 장소를 마다하지 않는 공연에서도 그는 늘 추억을 소환해 7080세대의 애간장을 태운다.

그의 공연은 유튜브 채널 ‘백다방TV’를 통해 지속됐다. 2019년 문학경기장 내 소극장인 ‘문학시어터’에서 인터넷TV 공개방송 오픈스튜디오 형태로 출발한 백다방TV는 지난 1일 유정복 인천시장 취임식으로 진행된 ‘제1회 나눌래 시민축제’까지 공연만 23차례 진행했다. 처음엔 1970~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음악다방 콘셉트로 토크쇼와 포크 위주의 실내 라이브 공연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버스킹으로 확대했다.

가수 백영규가 올해 두 번째로 연 시장 버스킹에서 공연하는 모습. 출처-기호일보
가수 백영규가 올해 두 번째로 연 시장 버스킹에서 공연하는 모습. 출처-기호일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날 즈음인 올해 1월에는 백다방TV 공개 생방송을 통해 40년 전 동인천 음악다방인 ‘상록수 다방’의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이날 특설무대에 마련된 ‘뮤직박스’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40년 전 긴 머리카락을 도끼빗으로 쓸어 올리는 DJ를 대신해 정치인이 아닌 7080의 추억을 떠올리는 감성 DJ로 나서기도 했다.

또 전통시장과 산업단지에서 그가 진행하는 공연에서는 유명 가수를 앞세우지 않아도 누가 들어도 함께 흥얼거릴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노래만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대화에서도 다시 돌아보지 못할 과거의 흔적들이 그때의 감성으로 소환된다.

무엇보다 그의 탁월한 능력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함께하는 재주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늘 그와 함께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힘이 되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한다. 가수 선후배는 물론 후배 무명 가수와 상인들, 그리고 많은 이웃들이 그와 함께한다.

그의 공연에는 유명 가수만 있지 않다. 생소하지만 능력 있는 무명의 후배 가수들이 늘 함께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다고 손사래 칠 때도 백영규는 거리공연을 고집했고, 신인 가수가 설 자리를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상인들을 돕는 방법으로 ‘전통시장 버스킹’을 하고 ‘소래어시장’과 ‘부평시장 문화의거리’ 공연을 결정했다. 비용도, 출연진도 확정되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웃과 동료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지역 기업인들이 행사를 후원했고, 유명 선후배 가수들이 선뜻 재능기부에 나섰다.

백영규 동행 검단산단 버스킹 공연 모습. 출처-기호일보
백영규 동행 검단산단 버스킹 공연 모습. 출처-기호일보

송창식, 남궁옥분, 이치현, 박강수, 장은아, 마음과 마음 등 유명 포크가수들이 ‘말도 안 되는’ 출연료나 재능기부로 그의 공연에 힘을 실었다. 그는 백다방TV에 포크가수들의 다양한 참여가 인천이 포크음악도시로 향하는 과정으로 보고 시민이 공감하고 누리는 다양한 공연을 기획 중이다.

이렇게 상인과 선후배 가수, 시민과 정치인들이 함께 고민하고 나누면서 걸어온 동행이 길이 되고 문화가 됐고, ‘아름다운 또 다른 동행’을 만들어 가는 밑바당이 됐다고 가수 백영규는 설명한다.

"인기나 문화는 처음에 방향을 정한다고 꼭 그렇게 가지는 않습니다. 가는 길은 정해졌지만 가는 방향은 여러 사람들이 모이고 고민하면서 문화를 만들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나에게 힘을 보태 준 이들과 함께한 그 동행이 지금 내가 있게 한 원천 아니겠습니까."

[기호일보 7월 20일자]
출처 : 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8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