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우마 이겨내는 것 아닌 공유하고 위로하는 것"
"일상생활에 어려움 있으면 심리상담 받아야"
"지금 극복을 고민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에서 만난 장한소리 한국외대 학생상담 센터장(한국외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조교수)은 심리상담 중 '어떻게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로 위로하고 헤아려줄 때 지금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태원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이 심리적인 고통에 휩싸였다.
특히, 희생자 중 20대가 67%를 차지하면서 이들과 또래인 대학생을 중심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호소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대학마다 심리센터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불안감 올라오면…마음의 위안 받을 수 있는 버팀목 찾아야
한국외대 학생상담센터에는 '상담은 나를 위한 선물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정신과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한 안내글과도 같았다.
센터에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게시판에 적힌 상담 절차는 '신청서 작성→접수 상담→심리검사 실시→심리검사 결과 상담→개인 상담'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생들은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장한소리 센터장은 상담에 앞서 최근 1주일 동안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는 검사지를 건넸다. '기운이 처지고 우울했다', '어떤 것에 몰두할 수가 없었다' 등의 항목에 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검사지 작성을 마친 후 상담이 시작되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기자 역시 이태원 참사가 할퀴고 간 마음속 상처는 상당했다. 주변에선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에 대한 우려도 하던 터였다. 게다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유족을 상대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했지만 이를 한껏 억눌러왔었다.
"고통과 죄책감에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야 했어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고 목이 잠겨 말을 잇지 못했다.
장 센터장은 말을 끊지 않고 계속 경청했다. 한참을 듣던 그가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버팀목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해요"라고 했다. 그는 기자가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준 듯 말을 멈췄다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명감이 무너지지 않게 버텨준 것처럼 불안감이 올라올 때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내 주변 버팀목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아픔을 나누고 함께 극복하라고도 했다. 그는 "모두가 힘들고 패닉상태겠지만 혼자 이겨내려고 하기보단 30분이라도 상담 혹은 전화상담을 받는 것,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권했다.
30여분간 상담이 이어진 후 장 센터장은 다음 상담을 위한 과제를 내줬다. "심리적 불안을 다루기 위해 스스로 무엇을 했고 어떻게 완화가 있었는지 기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불안할 때 친구 혹은 가족과 같은 버팀목을 만나서 어떤 얘기를 했고 어떻게 완화됐는지 기록을 하는 것이다. 그는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버팀목을 탐색하고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잠 못 잔다든지, 예민해진다면…상담센터 찾아달라
장 센터장은 "잠을 못 잔다든지, 예민해진다든지, 깜짝깜짝 놀란다든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대학교 학생 상담센터에 바로 찾아와 달라"고 했다.
만약 트라우마의 아픔이 문득 찾아와 극도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작업도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또 불안감을 느낀 순간 심호흡을 1~5분 정도 하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참사와 관련된 자극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여과되지 않은 참사 관련 뉴스와 SNS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센터장은 "상담을 받는다는 건 쉽게 표현해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것"이라며 "참사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졌다면 상담을 통해 희망을 얻고 빨리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11월 6일자]
출처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643929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