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국회의원 OUT` 야간촛불집회 열자
[매경시평] `국회의원 OUT` 야간촛불집회 열자
  • HUFSNEWS
  • 승인 2010.07.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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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가면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볼 수 있다. 도로가 평지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아이폰에는 통화기록을 선택적으로 삭제하는 기능이 없다. 가족이라도 다른 사람의 통화기록을 뒤적이는 일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당연한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규제가 정당화되고 실효성이 있으려면 현실에 바탕을 둬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야간 옥외집회의 금지 또는 허용 문제도 우리 현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아본 사람은 안다. 그들의 야간 개념은 우리와 다르다. 저녁 8시만 되면 도심이 텅 비고, 저녁 10시만 되면 대부분 잠자리에 든다. 그런 나라의 사례를 저녁 10시에 도심이 북적이고 밤 12시에 대다수 국민이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고 있는 나라에 적용할 수는 없다.

어두워질수록 사회활동이 분주해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는 집회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회도 표현의 한 방법이라고 인정한다면, 해가 중천에 있을 때나 해가 떨어진 뒤나 마찬가지로 인정돼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 9월 이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은 타당하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쉬고 싶을 때, 또 모두 쉬어야 할 때까지 집회와 시위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기적이다.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그 자유는 공동체 질서 안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의 태도다.

집회 역시 마찬가지다. 밤에 휴식을 누리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의 평온함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면서 야간집회와 시위를 허용할 수는 없다. 야간에 활동이 많은 나라에서 옥외집회와 시위를 무제한 허용하면 국민의 평온함을 해할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지적은 야간활동의 정도와 함께 언급될 때 가치가 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시간과 장소라면 집회를 금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야간 옥외집회는 절대금지 또는 절대허용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수준과 범위에서 제한할 것이냐의 문제다.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제10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도 이런 것이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를 일반적으로 금지한 후 관할 경찰서장에게 허용 여부의 재량을 준 것이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재판관 9인 중 5인이었고, 집시법이 과도하게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는 견해가 4인(그중 2인은 앞의 견해와 중복)이었다.

첫 번째 쟁점은 경찰서장에게 재량권을 주지 않으면 해결되므로 법 개정 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시법 개정의 핵심은 두 번째 쟁점, 즉 야간 옥외집회의 제한이 과도한지 여부에 있다.

야간활동이 많은 우리 국민의 행동양식과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의의를 고려하면 저녁시간의 집회와 시위는 인정돼야 한다. 또 밤의 평온함을 통해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 국민의 행복을 감안하면 집회와 시위가 금지되는 시간대는 설정돼야 한다. 아마도 저녁 10시부터 밤 12시 사이가 그 시점이 될 것이다.

집시법 개정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는 헌재가 개정시한으로 정한 2010년 6월 30일을 넘겨 법 공백상태를 초래했다. 무능한 국회, 정략적 판단만 하는 국회의원은 필요 없다. 국회의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밤새 열려야 정신 차릴까.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매일경제신문, 7월5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