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포럼-임성준] 동북아 시대를 미리 대비하자
[여의도 포럼-임성준] 동북아 시대를 미리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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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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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제주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성과와 역사적 중요성이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한·중 간 외교적 신경전 때문에 초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채 끝났다. 한·중·일 정상이 동북아에서 정상회의 형식으로 모인 3번째 회의였으나 아세안 정상회의에 역외 초청국으로 참석해 별도의 3개국 정상회의를 갖기 시작한 지 10주년이 되는 뜻 깊은 정상회의이기도 했다.

한·중·일 3국 정상은 이를 기념해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3국간의 협력 비전을 담은 ‘VISION 2020’이라는 중요한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3국 정상들은 발표문에서 “3국의 공동 이익과 동아시아 지역 및 세계의 평화·안정·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3국 협력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히고 동반자적 협력관계의 제도화와 경제협력, 환경보호, 인적교류 확대 그리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공동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韓中日 협력사업 추진 필요

특히 3국간 협력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 관리하기 위한 사무국을 서울에 설치하기로 했다. 브뤼셀이 유럽연합(EU)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처럼 동북아 공동체 구축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세계는 교통·통신 수단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주의(Regionalism)가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는 경제·통상이든 안보문제든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국제협력과 지역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서 지역협력이 가장 뒤떨어진 곳이 동아시아이고 그중에서도 동북아이다.

동아시아를 볼 때 아세안 10개국이 나름대로 지역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아세안은 동북아의 한·중·일과 협력의 고리(ASEAN+3)를 구축한 후 최근에는 호주 뉴질랜드 인도와도 협력의 외연(EAS, ASEAN+3+3)을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지역 공동체의 모습을 나타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험난하다고 하겠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라이벌 관계와 이 지역에 오랫동안 관여해 오고 있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공동체로 가는 길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어려운 틈새에 한국의 역할이 필요한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이미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일본과도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중국과도 전략적 특별 동반자 관계를 구축키로 선언하고 다방면에서 관계를 심화해 나가고 있다. 즉 미묘한 전략 지형에서 어느 나라와도 신뢰 구축이 가능한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나라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있다.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나라는 중국(연간 약 500만명)과 일본(약 300만명)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그곳 언어를 모르는 채 여행에 나선다. 업무를 보든 관광을 하든 큰 불편이 따른다. 최근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영어 위주의 외국어 교육이 대세다

중국·일본어 교육 확대해야

영·독·불 3국과 이웃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초등학교부터 3개 국어를 가르쳐 네덜란드 국민은 고교만 졸업하면 영·독·불 3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는 세계 최대 물류 중심지이며 관광 대국인 네덜란드의 국가 역량에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앞으로 반드시 다가올 동북아 시대에 핵심 역할이 기대되는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과정에 중국, 일본어 교육을 포함시켜 국민 대부분이 이웃나라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들에게나 국가 전체에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임성준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석좌교수(국민일보, 7월1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