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황 방한 위해 최선의 노력"
<인터뷰> "교황 방한 위해 최선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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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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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순 신임 주교황청 대사

한홍순 신임 주교황청 대사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신임 주교황청 대사로 발탁돼 지난달 8일 임명장을 받은 한홍순 대사(67ㆍ한국외대 명예교수)는 한국 천주교계에서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이다.

한 대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외대에서 상경대학장, 대학원장 등을 지낸 경제학자지만 1984년부터 지금까지 교황청 평신도 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는 국내 천주교 평신도 단체 협의체인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 회장을 지냈고 지난해 2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장례 때 신자 대표로 고별사를 하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가톨릭 회관 평협 사무실에서 만난 한 대사는 "아직 대사로 부임하지는 않아 뭐라고 소감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외교사절로서 활동하게 되는 만큼 평협 활동과는 다른 자세와 책임감을 갖고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사는 이미 모든 외교적 절차를 끝내고 임명장을 받았지만 부임은 9월15일에 한다. 오는 8월31∼9월5일 아시아 25개국 가톨릭 평신도 대표와 주교회의 관계자,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아시아 평신도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한 대사는 "아시아 평신도대회가 교황청 주최행사인 만큼 내가 돕는 것을 우리 정부와 교황청이 모두 허락해 양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주교황청 대사라면 한국인 추기경 추가 임명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방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

한 대사는 교황 방한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이라고 조심스럽게 전제하면서 "주교황청 한국대사로서 모든 지혜를 짜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교황께서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고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했을 때도 방한 초대를 했다"고 말했다.

추기경 추가 임명에 대해서도 "추기경님은 한 분 더가 아니라 두 분, 세 분 더 계시는 것도 좋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지만 역시 임명권은 철저히 교황님의 몫"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들려줬다.

한 대사는 경제학자로는 특이하게 로마 교황청이 설립한 그레고리안대학에서 개발도상국 노동문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로마 유학 이유를 "신앙과 학문을 접합시키기 위해서였다"라고 설명했다.

"모태신앙인 저로서는 학부에 다닐 당시부터 학문의 길과 천주교 신자의 길을 조화시킬 길을 찾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당시 새뮤얼슨의 경제학원론을 읽다보니 교황님들이 발표하시는 사회회칙이 언급돼 있는 것을 보고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침 제가 다니던 본당에서 사목하던 미국인 보좌신부에게 사회회칙의 영문판을 얻을 수 있었고 로마행을 결심했지요. 동료들은 90%이상이 미국행을, 나머지는 유럽에서는 독일 정도를 가던 시절에 특이하긴 했습니다."

귀국 후 서울대 강사 등을 거쳐 한국외대에서 교수생활을 하던 그는 1984년 교황청 평신도평의회 위원으로 임명된 후 5년마다 계속 재임돼 교황청 내에서는 최장수 평신도평의회 위원이다.

전세계에서 20-30여명에 불과한 평의회 위원직을 오래 맡아온 그는 2008년부터는 교황청 예산을 다루는 재무심의처의 국제감사위원도 맡았다. 평신도들도 참여하는 주교회의 시노드에 1987년과 1998년, 2008년 세차례 옵서버로 참석하기도 했다.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주교황청 대사가 되면서 평신도평의회 위원직도 내놓게 되는 그는 천주교회를 이루는 삼각축인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가운데 평신도들의 위상은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평신도들은 '생활 현장에 있는 그리스도' '생활 현장의 교회'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제구실을 할 때 세상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생활 현장의 교회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은 자기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이고 곧 나라를 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됐고 G20정상회의 개최국도 된 만큼 전세계 민족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교황청과도 이해관계가 같은 부분이 많다"며 "각국의 베테랑 외교관들이 국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교황청이라는 외교무대에서 한국 대표 외교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haehee@yna.co.kr   (연합뉴스, 7월1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