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공약을 계기로 시작된 세종시 논의는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정권 교체, 6ㆍ2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정책 내용이 변해왔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 여당과 야당, 수도권과 지방, 충청권과 비충청권,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에 다양한 정치공학이 작용했다.
사실 세종시 같은 거대 이슈의 본질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복잡할 뿐 아니라 당사자를 누구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문제 파악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간의 찬반 논쟁 속에서 다음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이 사안의 본질적 쟁점을 규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균형발전과 정부 분할의 비효율성이 충돌하고 있다. 원안 찬성론자는 고질적인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고 그것이 정부부처 이전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수정안 찬성론자는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부처 이전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기관을 분산시켜 행정의 비효율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는 이해당사자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충청도민들만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고 한정할지 혹은 수도권과 다른 지방의 주민들도 관계된 문제라고 인정해야 하는지의 여부다. 지역균형개발은 충청권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들도 모두 관련된 중대한 과제다. 그동안 논의된 원안이나 수정안 모두 충청권에 많은 초점을 두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다른 지방에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든 지방이 윈윈하는 접근이 아니라는 측면에서는 원안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다.
정치 주도세력의 역학관계도 따져야 한다. 국가백년대계, 국민 삶의 질, 원칙과 신뢰, 역사와 국익 등 정치인의 유려한 언술 속에는 진심과 계산이 동시에 존재한다. 원안과 수정안 모두 경청할 내용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세종시 수정안은 반노무현과 박근혜 견제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갖는 방안으로 인식되어 왔고 이로 인해 상대방을 포용하고 절충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국민 누구도 요청한 적이 없는 정책을 스스로 만들어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해 온 세종시 문제는 발단, 내용, 경과에서 우리 정치의 포퓰리즘적인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향후 원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정책 운영을 위해서는 아래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원안의 본래 취지는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자는 것이었다. 핵심은 모든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단순히 특정 지역으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일회적인 정책이 아니다. 국민이 왜 수도권에 집중하는지 근본 원인을 진단할 필요가 있고, 특히 대학과 교육의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행정부처 이전으로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 외에 의회의 행정 통제도 약해져서 가뜩이나 취약한 의회 역할이 더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의회와 행정의 밀접한 연계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셋째, 세종시 정책 과정의 경우 중앙정부가 충청권과 다른 지방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집권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는 여러 지방과 관련된 정책은 중앙과 16개 지방자치단체가 대등하게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정책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분권화 역시 균형발전의 중요한 수단이다.
[김성수 한국외대 행정학 교수](매일경제신문, 7월1일자 기사)